2022. 10. 1. 11:53ㆍ낙타의 관심사
그녀는 대형마트 앞을 지나고 있었다
두 손 가득 장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은
서로 먼저 택시를 잡기 위해 분주하게 두리번거렸다
대형마트의 끝자락을 지나갈 때 조그마한 좌판이 눈에 띄었다
그 좌판에는 꼬부랑 할머니가 봄나물을 팔고 계셨고
지금 계절이 아니면 잘 보지 못하는 봄동이 눈에 띄었다
"할머니 봄동 한 소쿠리 얼마예요?"
그녀를 올려다본 할머니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살 거 다 사고 봄동만 여기서 사면 내가 팔겠어?"
그녀의 사고는 정지됐다
"이게 무슨 말이지?"
뇌 속에는 단어의 바람이 태풍처럼 소용돌이쳤고
너무 빠르게 돌아버려서 입 밖으로 잡아 뺄 수 없었다
"답변해야 해!"
그녀는 필사적으로 단어를 골랐다
커다란 젓가락으로 작은 콩을 집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허겁지겁 발을 띄어 걸음을 재촉했다
뛰고 싶었지만 괜찮은 척했다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어 보았다
무례한 말에 대응하지 못했던 그녀의 뇌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보게 만드는 것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녀의 정신은 1분 전 상황을 되뇌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털썩 주저앉아서도
겨우 일어나 샤워기에 물을 맞으면서도
계속 되뇌었다
"내가 뭘 잘못했지?"
"그 사람은 내게 왜 그랬지?"
"난 왜 아무 말도 못 했지?"
"지금 가서 쏘아붙일까?"
"침을 칵 뱉고 와버릴까?"
"죽이고 싶다"
"아 아니야 정신 차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할머니는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 거야."
"진정하고 씻고 나가자."
무엇이 문제일까?
이러한 작지만 엄청난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종종 말문이 막히거나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기 힘들 때가 있다
말문이 막히는 것은 말주변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생각을 표현 못하는 것은 지능이 낮다고 생각하면서
대화 능력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언변의 능력은 학습의 효과다
위의 상황으로 돌아가
"할머님이 뭔가 오해하고 계시네요."
"그리고 그렇게 말하시면 아무도 물건을 사지 않아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안타깝네요. 수고하세요."
이렇게 무례에 대응했다면
그녀가 살의를 느낄 만큼 감정에 상처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당황하면 말문이 막힌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많은 연구에 따르면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에 따라 분비되는 호르몬의 양이 다르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니까
'말을 잘하면 당황하는 상황이 적다'라는 말인 것이다
언어 구사 능력을 학습하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에도
하고 싶은 말을 함으로써
당황스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고
그로 인해 소모되는 감정도 줄일 수 있고
만에 하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나 사건도 피하게 되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1. 상상하고 뱉어보기
제목 그대로의 학습이다
상황을 상상하고 머릿속에 대본을 만들어서
실제로 입 밖으로 뱉어 '발음' 해보는 것이다
준비된 대사를 성대를 떨어서 입 밖으로 뱉으면
그것이 자신의 언어능력이 되는 시간이 빨라진다
아나운서, 배우, MC, 래퍼 등 입으로 단어나 문장을 뱉는 직업들이
글을 쓰는 작가보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일반적인 대화는 같은 단어와 문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연습 시간이 짧아도 충분하다
딱 한 번만 내뱉어도 괜찮다
샤워를 하거나 세탁물을 정리하거나 잠자기 직전같이
여유 있는 시간에 상황을 만들어서 발언해보자
2. 첫마디 만들기
상황별 트리거를 만들어두면 유용하게 쓰인다
예를 들어
무례한 말을 들었거나 묘하게 기분이 상하는 말을 들었을 때
첫마디는 "기분이 좋지 않네요."라고 정해 놓는 것이다
정해 놓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낙타의 경우에도 무례한 상황에서 몇 가지 트리거가 있다
"좀 무례하신 것 같아요."
"기분이 이상해져서 대화를 이어갈 수 없겠네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으니 다음에 이야기하시죠." 같이
실제로도 사용했고 또 사용할 첫마디다
처음 사용했을 때에는 상대방이 상처받았거나 화가 났을까 봐 전전긍긍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화 속에서 배려가 자리 잡게 되고
주변의 지인들이 당당한 나를 좋아하게 되었고
대화의 질이 높아졌다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경험인 것이다
첫마디 만들기에 주의할 점은
자신이 들어가는 문장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가 좀 듣기 힘들어요."
"제발 부탁입니다. 조심해주세요."
"죄송하지만 기분이 안 좋아요."
"미안하게도 대화를 못하겠어요." 등등
자신이 뭔가 부족해서 대화에 지장을 준다는 분위기는
돌이켜 생각하게 만들어서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모든 대화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회 부적응자가 되는 것이지만
자신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에게 적당한 반응을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고 주변을 환기시켜서 본인을 호감 있게 만드는 방법이다
무례함을 상기시키는 대화법
그리고 상상해서 뱉어보는 학습법
이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당신이 말 못 할 상황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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