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모든 것에 흥미가 없는 이유

13년째 카카오 프로필이 그대로인 지인이 있다

 

내가 이 형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1억 원대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가장이었고 흔한 직장인이었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본 그의 프로필에는

장엄한 폭포사진 밑에 '돈'이라는 단어만 딸랑 적혀있었다

 

그리고 13년이 흐른 지금 그의 자산은 무려 300억을 넘겼다

 

뒤늦게 알게 된 형이 돈을 많이 벌게 된 비결은

 

매일 점심시간을 아껴서 공인중개사를 다녔고

언젠가부터는 친해져서 점심도 같이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빠르게 정보를 습득해서

이사를 10번 넘게 다녔다고 했다

가족들은 힘들어했지만

부자가 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해줬다

 

300배의 자산 변화에 무색하게도

프로필은 폭포수 밑의 '돈' 그대로 변함이 없었다

 

요즘에도 틈만 나면

"동생아 인생은 돈이다."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게 이야기한다

 

"형 300억 정도 있으면 이제 편하게 살아도 되잖아요?"

 

"아니다 동생아 나는 멈추면 죽는다." 라며

돈이 되는 상황이면 뭐든 무리하게 한다

 

 

또 다른 나의 지인 A군을 살펴보자

 

7살 아래인 A군은 일을 잘한다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몰아서 해결한다

 

그런데 그는

"선배님 혹시 재밌는 게 없을까요?"라는 말을 달고 살고

"하고 싶은 일이 없어요."라는 말도 자주 한다

 

일을 빠르게 끝내고 자리에 털썩 앉아서

스마트폰을 엄지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참 아쉽고 아까워 보였다

 

"항상 뭐를 그렇게 봐?"

 

"아 스포츠 스코어 보고 있어요. 그냥 재미로 하는데 쏠쏠합니다."

 

"그러지 말고 나랑 스터디하자

너는 능력이 아깝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프로젝트도 맡아서 할 수 있을 텐데 나이도 젊고..."

 

"선배, 그렇게 하면 뭐해요 월급은 똑같은데

부모님이 카페 차려준다는데 그거나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A군은 중학교3학년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부모님의 욕심 속에 과도기를 거치면서

모든 게 지루하고 의미 없이 흘러왔다고 말해주었다

 

"이제는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부모님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두 지인의 경우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환경, 의미, 동기부여 등 모든 부분에서 같아 보이는 게 없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한 가지 교집합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흥미 

혹은

관심사

 

300억 형의 어린 시절은 아주 가난했다

10평 남짓한 창고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고 한다

 

집안에 어린아이 얼굴만 한 구멍이 뚫려있어서

도로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부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불우한 어린 환경이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만들어

돈을 제외한 모든 것에 흥미가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A군의 경우는

아버님은 사업가이고 어머님은 5급 공무원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족함 없이 살았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차를 선물 받았고

카페 창업을 쉽게 권유받고

결혼하면 서른 평대 아파트를 받게 된다고 한다

 

A군은 이뤄야 하는 게 없다고 말한다

 

돈

 

모든 것을 돈에 연결시켜 놓고

삶을 살아가면

문제가 발생한다

 

산책을 하고

책을 잃고

커피를 음미하고

일광욕을 하고

키스를 하고

휘파람을 부르고

쿠키를 굽고

선반을 만들고

시를 적고

분갈이를 하고

나비를 따라가고

편지를 쓰고

이불을 널고

어깨를 주무르고

가지를 치고

광을 내고

안부를 묻고

악기를 연주하고

조깅을 하는 것

 

이 모든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돈과 연결되면

하찮은 것들로 변한다

 

흥미가 없다는 것은

 

번아웃이 왔다거나

쉽게 질리는 성격이거나

내성적이어서가 아니다

 

돈의 노예

 

혹은

 

배금주의자

 

 

당신은 요즘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십니까?